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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칼럼 검도한담(劍道閑談) - 진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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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수련을 오래 하다 보면 진검에 대한 욕구가 일기 마련이다.

검리를 익히다 보면 모든 칼 놀림의 이치가 다 진검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검은 취급하기도 쉽지 않고 수련하는데도 제약이 있어 지속해서 단련하기는 어렵다. 한동안 대한검도회에서는 진검 수련이 일반화되지 않았다가 본, 본국검, 조선세법 등의 수련이나 짚단 베기 등 시연으로 상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 일본칼(日本刀)과의 인연 

해방되고 쫓겨가던 대구지구 일본 헌병대장이 남겨두고 간 일제 장검 두 자루가 있었다. 우선 그중 한 자루를 우리 집으로 가져오게 되어 한동안 옷장 속에 깊이 보관하고 있었다.

간간이 선친이 그 칼을 꺼내어 손질할 때 곁에서 얼핏 본 그 칼날의 섬뜩함에 눈을 돌리던 기억이 난다. 그 칼은 625 전쟁을 겪으면서 땅속에 묻어 오래 두었던 탓에 온통 썩고 녹이 슬어 고철로 엿장수에게 흘러간 것으로 안다.

그 후에 내가 검도를 배우고 진검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수소문해서 그 일본 칼을 찾아냈다. 그 장검 대도는 깨끗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그 칼을 인수하여 갖고 있었으나 소지 허가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 모시고 있던 김영배 선생님께 드렸었다. 당시 김영배 사범님은 서울대 검도부 사범으로 대한검도회 전무이사로 계셨다. 그리고 내무부 치안국 검도 사범, 부천 경찰전문학교 검도 사범이었다.

 

 

▣ 내가 빼어 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장검 

1965년 봄에 학교 교수회관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나오자 친구가 봉투 하나를 건네주었다. 받아보니 온양관광호텔 예약서와 기차티켓이었다. 당시는 온양온천이 신혼여행의 메카였다. 친구들의 환송을 받으며 장항선 허니문 칸에 올라 예정에 없던 34일의 신혼 여행길에 올랐다.

막상 온양에 도착하여 관광호텔에 들어보니 저녁밥도 주지 않고 호텔료만 상상 이상으로 비쌌다. 그래서 이튿날 아침 호텔 숙박비를 환불받아 그 적잖은 돈을 쥐고 확장공사가 마무리되어 가는 현충사를 찾아갔다.

2년 전에 들렀던 때와는 확 변해 있었다. 주변 경관은 말할 것도 없고 건물들도 새로 지어지고 유물함도 새로 단장 되었었다.

유물함 속의 두 자루의 장검도 칼집이 썩어나고 칼몸도 녹이 슬어 모습을 잃고 있었다.

그 칼을 대한검도회 회장이고 치안국장이었던 서정학 선생이 명인을 시켜 목욕재계(沐浴齋戒)하고 정성껏 복원해서 새 칼같이 만들어 놓았다. 우리나라 칼이 장중하고 멋진 선에 경망하지 않고 넘치지 않고 곱게 빠진 명검의 모습을 다 갖추었었다. 무게는 두 손으로 들만한데 장사가 아니고서는 자유자재로 휘둘리기에는 좀 무거웠다. 아마 지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관리자인 충무공 직계 손이 안면이 있는 데다 대한검도회와 서정학 선생 이야기도 나누면서 칼을 한번 내보여달라고 했더니 보물 함을 열고 보통은 내어주지 않는 그 보검을 한 자루 내주었다.

칼을 뽑아 머리 위에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한번 휘둘러 보았더니 좀 힘들었다. 그 후 반세기가 지나 가파른 세월 속에 그 사진도 없어지고 그날 그 칼을 들고 충무공의 체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꼈던 그 감격만이 내 맘속에 남아있다.

 

 

▣ 도장 개설 후에 장만했던 진검도 40여 년 세월을 함께하고 마침 이글이 끝나는 대로 폐기 절차를 밟고 소지 허가증도 반납할 예정이다.

그래서 내 삶 속에서 진검 대도와는 영영 결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