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 구석구석 2024년 대만 가오슝 국제친선 검도대회 출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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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인검도연맹에서는 해마다 봄가을로 대만 가오슝 국제대회와 일본 NPO 국제대회를 출전하고 있다. 이 두 대회는 ‘국제친선 검도대회’라는 타이틀 아래, 본 연맹 소속의 임원진과 국제오픈 한국사회인검도대회의 단체전 및 개인전 우승자들이 출전하게 된다. 실력으로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소위 ‘해외원정 국제대회’의 출전을, 나는 본 연맹의 임원이라는 이유로 작년 가을 일본 NPO대회에 이어, 올해 대만 가오슝대회에도 출전하게 되었다. 작년 일본 NPO대회가 내 생애 첫 국제대회의 출전이었기에, 이번이 두 번째인 대만 가오슝대회의 출전은 아직도 뭔가 낯설고 생경(生梗)했다.
대만 가오슝대회의 여정은 2024년 3월 22일(금)~25일(월)의 3박 4일 일정으로서, 첫날과 마지막 날은 출국 및 입국의 일정이며 3월 23일(토)~24일(일) 이틀은 경기 출전의 일정이었다.
대만대회 첫날 우리 일행 20명은 인천공항에서 출발하여 가오슝공항에 도착, 그리고 숙소로 이동하니 오후 6시가 다 되어 있었다. 우리는 대회 주최 측에서 준비한 환영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야만 했다. 일행 모두가 환영 만찬 자리에 참석하기까지의 하루가 지난(至難)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만찬을 즐기며 우리 일행들뿐만 아니라 타국의 선수들과도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대만대회 둘째 날 우리는 개인전을 치르기 위해 아침 일찍 ‘무덕전(武德殿)’으로 향하였다. 올해는 가오슝 무도관이 100주년이 되는 해로, 그 중심에 무덕전이라는 무도관이 있었다고 한다. 무덕전에 도착하니 족히 백 년은 넘었을 법한 커다란 아름드리나무가 마치 지난 세월 동안 무덕전을 지켜 온 것처럼, 무덕전 앞마당 한가운데에 뿌리를 깊게 박고 있었다.
대만대회 셋째 날 우리는 남은 개인전과 단체전을 치르기 위해 ‘국립 중산대학교 체육관’으로 이동하였다. 이곳은 비교적 큰 체육관이었으며 어제와 마찬가지로 경기를 치르기 전 합동연무가 있었다. 체육관 맨 앞쪽에서부터 본 연맹의 회장님이신 오정영 8단 선생님을 비롯하여 이원홍 8단 선생님, 박경옥 8단 선생님의 계고(稽古)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세계검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일본에서 있었던 국제심판 강습회에 다녀오시느라 여독을 풀지도 못한 채, 바로 대만으로 오신 오정영 회장님의 계고 모습을 지켜보자니 회장님의 건강이 염려되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계고에도 한 사람 한 사람 정성스럽게 맞아주시는 회장님의 모습을 보니, 그 염려는 지나친 기우(杞憂)였다.
저녁 만찬과 시상식을 마친 우리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숙소 근처에 있는 호프집에 모여, 대회의 소감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본 연맹의 오정영 회장님을 비롯하여 김영기 고문님, 이원홍 감사님, 박경옥 부회장님, 장승학 8단 선생님 그리고 그 외 선수들이 모두 동그랗게 둘러앉아서 저마다의 소감을 얘기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의 결과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일행 모두가 ‘내 일과 네 일’을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솔선수범(率先垂範)하여 경기를 치러낸 것이, 가장 훌륭한 성과였다는 내용이 주(主)를 이루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공항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대회출전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함께 지냈던 우리 일행들을 한 사람씩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원래 있었던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삶을 괜스레 응원하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이번 대만 가오슝대회를 통해서 나는 ‘참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도 내 삶을 응원하기로 했다. 문득 윤동주님의 ‘서시(序詩)’가 떠오른다.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