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고전인 “장자”에서는 참사람(眞人)의 모습을 자신의 익숙함을 부수고, 새로운 나를 창출하는 사람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일명 자기파괴라고 할 수 있는 “무기(無己)”를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무기는 나(己)를 부수는(無) 것입니다.

나의 고정관념을 타파할 수 있는 사람, 세상이 정해 놓은 가치, 그 관점이 아닌 나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으로, 남들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쓸모 있는 유용한 것으로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입니다.

옛날 송나라에 빨래만 전문으로 하여 먹고사는 집안이 있었습니다. 이 집안은 동네 주민들의 솜을 걷어다 물에 불려 빨아서 이불을 만들어주는 기술로 한 가족이 그래도 밥은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추운 겨울철에도 빨래를 하여야 하였기 때문에 찬물에 아무리 손과 발을 담가도 트지 않는 약 만드는 비법을 발명하여 다른 사람들보다 빨래하는 일을 잘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지역을 지나던 과객이 겨울철에 손이 물에 닿아도 피부가 트지 않는 약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들에게 가서 많은 돈을 주고, 그 기술을 사겠다고 하여 과객에게 팔아넘겼습니다.

때마침 항주에 근거지를 둔 월나라가 군대를 일으켜 오나라로 쳐들어 왔는데, 오나라 왕은 장군으로 등용하여 주기를 청하는 그 과객을 장군으로 파견하였습니다. 때는 찬바람이 부는 겨울철이었고, 양자강 유역에서 수전(水戰)을 하게 되었는데, 손 안 트는 비법을 알고 있는 그 과객(장군)은 약을 대규모로 만들어 병사들에게 바르게 하여 강한 전력으로 월나라 군대를 대패시키고, 대승을 하고 돌아와 제후로 봉해졌다고 합니다.

“똑같은 손 안 트는 약인데 누구는 그것을 가지고 제후로 봉해지고, 누구는 평생 빨래하는 직업을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즉 같은 물건이라도 누구에 의하여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검도를 하고 있는 우리도 이와 같이 자신이 안주(?)하는 공간, 사고를 파괴하고 무언가 혁신을 꾀한다면 자신의 계발, 나아가 검도의 발전이나 수련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바람입니다.

(이 글은 “고전의 대문2(노장과 병법 편)”(박재희 지음, 김영사)의 P.133~137에서 발췌 인용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