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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 구석구석 제17회 서울대·동경대 친선 검도 교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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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26일부터 나흘간 동경에서 열린 '서울대·동경대 친선 검도 교류전' 단체 사진 

 

노란 은행나무, 동경대 혼고 캠퍼스의 상징물인 적문(赤門·아카몬), 동경대 검도부가 단정하게 갖춰 입은 백색 도복. 격년으로 동경에서 열린 '서울대·동경대 친선 검도 교류전'은 이렇게 노랑, 빨강, 하양의 세 가지 색감으로 내 기억에 남아있었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두 해를 건너뛴 교류전이 2022 12 26일부터 나흘간 동경에서 다시 열렸다. 색감은 여전했다. 한국에서 은행나무가 잎을 떨군 지 오래였지만 동경대 혼고 캠퍼스 대로변에 줄지어 서 있는 은행나무 잎은 무성했다. 교류전 기간 첫 계고에 참석하기 위해 칠덕당(七德堂, 동경대 검도부 전용 도장)에 갈 때는 몇 분 더 걸리더라도 일부러 길을 돌아가 적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동경대 검도부 재학생과 졸업생은 여전히 백색 도백을 입고 환한 미소로 서울대 검도부를 맞이했다.

 

서울대와 동경대 검도부는 2003년부터 서울과 동경에 오가며 친선 검도 교류전을 열어왔다. '한국과 일본의 최고 지성인 서울대와 동경대의 교검지애'라고 조금은 거창하게 표현되기도 하는 행사이다. 보통 사나흘에 걸쳐 진행되며 첫째 날은 환영회, 둘째 날은 합동연무와 그룹별 관광, 셋째 날은 친선 시합과 환송회가 있고 넷째 날은 배웅받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 교류전이 외부인에게 어떻게 비칠지를 잠시 미뤄두면 따뜻함과 소소함을 지향하는 행사라는 것이 개인적인 감상이다. 낮에는 도장에서 새로운 검우를 사귀거나 일 년간 미뤄뒀던 교검지애를 나눈다. 밤에는 밥과 술을 함께하며 영어, 일본어, 한국어 삼개 국어를 섞어서 이야기를 나눈다. 이 행사 명칭에 꼭 '친선'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하는 이유다. 특히 한 해를 보내는 시점에 열리는 행사이기 때문에 검도인으로서, 그리고 생활인으로서 새해 목표를 다지기 좋은 계기가 된다. 나의 경우매주 3회 이상 수련하겠다”, “일본어를 배우겠다라는 목표가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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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27 동경대 혼고 캠퍼스의 상징물인 적문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서울대 검도부 졸업생들


양 대학 검도부의 재학생(YB)을 위한 행사인데 해를 거듭하면서 졸업생(OB)의 참석률이 높아졌다. 이번 교류전에 참가한 서울대 검도부 재학생은 23명이며, 절반에 가까운 10명의 졸업생도 함께 했다. 졸업생의 연령대는 1960년대부터 2010년대 학번까지 반백년에 걸쳐있었다. 동경대 검도부 졸업생 참석자 수도 20여명이나 됐다. 양 대학 검도부 졸업생은 재학생이 온전히 교류전을 즐길 수 있도록 물밑에서 돕고, 재학생과 별개로 졸업생 간 교검을 하며 검술을 겨루며 검술에 나타나는 상대 마음을 음미하고, 친목을 다졌다.

 

특히 이번 교류전은 코로나19 감염 우려 탓에 집단행사를 자제하는 현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면서 재학생과 졸업생 일정의 이원화가 두드러졌다. 서울대 검도부 졸업생은 27일 재학생의 합동연무가 끝난 뒤, 28일 재학생의 시합과 환송회가 끝난 뒤 칠덕당에서 양 대학 검도부 졸업생만 참석하는 계고에 참석했다. 이번 교류전 기간에 서울대 재학생보다 동경대 졸업생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교류전에서 달라진 점이 또 있다. 교내 회관을 빌려 먹을 것을 차려놓고 진행했던 환영회와 환송회는 도장에서 인사와 감상을 나누는 방식으로 간소화했고, 저녁 회식은 소규모 그룹별로 나눠 진행했으며, 초대하는 대학 측이 배려 차원에서 준비했던 관광 일정도 없앴다. 긍정적 변화다. 양 대학 검도부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검도와 친선에 집중할 수 있었다.

 

모교 검도부 친선 교류전에 참가해 환대받는 분위기 속에서 동경대 검도부 지도 사범인 8단 선생님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점은 검도인으로서 아주 큰 수혜이자 즐거움이다. 동경대 검도부 졸업생들은 혹여 서울대 졸업생들 중에 동경대 측 8단 선생님께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챙겼다. 상대 대학 졸업생과 연습하고, 동경대 졸업생들은 서울대 졸업생들이 8단 선생님과 교검할 수 있도록 양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동경대 졸업생에게도 평소 8단 선생님의 지도를 받을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에 교류전임에도 8단 선생님께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자기 검도를 위해 열심히 수련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고, 동경대 검도부 졸업생의 양보에 한 번 더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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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28 칠덕당에서 계고 중인 서울대와 동경대 검도부 졸업생들. 테라치 타네토시 선생님께서 함께 하셨다.

 

27일 낮에는 토모히토 천왕배 8단 선수권 대회 우승 이력의 동경대 검도부 사범 사토 카츠노부(佐藤 勝信) 선생님께서, 28일 밤에는 동경대의 또 다른 사범이신 동경 경시청 수석 지도사범 출신 테라치 타네토시(寺地 種寿) 선생님께서 졸업생 간 계고를 함께 해주셨다. 계고가 끝난 뒤 사토 선생님께서는 상대의 검을 죽인 뒤 들어가고, 자기 거리가 되면 물러서지 말고 몸을 던져 일격 하라고 강조하셨다. 테라치 선생님께서는 거리가 가까운 점을 지적하셨다.

 

나는 코로나19 사태와 생업을 핑계 삼아 3년 가까이 검도를 쉬었다. 지난해 여름부터 다시 도장을 나갔고 가을부터 승단심사 준비를 하면서 과거 수련할 때 나도 모르게 베인 잘못된 습관을 고쳐나가고 있다. 사토, 테라치 선생님 모두 이번 교류전 계고를 통해 배운 것을 잘 기억해서 내년에 다시 봤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선생님들께서 교류전에서 항상 하시는 말씀이지만 이번에는 유독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마음에 새겼다.

 

28일 낮에 열린 재학생의 시합은 19 2로 동경대 검도부의 압승이었다. 서울대 검도부가 지난해 국내 대학검도 연맹전 등에서 여러 번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이번 시합 결과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양 대학 검도부 간 검력 차이는 컸다. 내가 재학생이었던 때도 동경대 검도부 친구들은 늦어도 중학생 때부터 검도를 시작하고 대학생이면 3·4단인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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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28일 칠덕당에서 친선 시합 중인 서울대와 동경대 검도부 재학생들.

 

그래도 고무적인 점은 이번 친선 시합에서 어렸을 때부터 검도를 수련했던 여학생 1명과 남학생 1명이 이겼다는 것이다. 앞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서울대 검도부는 강해지고 동경대 검도부와 시합 내용은 점점더 흥미로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시합 전 서울대 검도부 재학생들이 의지를 다지는 모습, 시합에서 지더라도 마음은 꺾이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멋있었다. 현 서울대 검도 동문회 회장이신 우성일 선배님의 친선 시합에 대한 평도 인용해본다.

 

“과거 진검으로 승부를 하던 시기엔 사느냐 죽느냐의 판가름이 날 경우가, 이제는 죽음의 공포감이 없이 검술의 아름다움을 심미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대의 스포츠가 되었다. 학생들의 시합이지만 그런 미적인 검술의 아름다움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고, 상대방의 헛점이나 찰나의 순간의 빈틈을 어느새, 사뿐하게 뛰어 날카롭게 가격하는 멋진 동작도 볼 수가 있었다.”

 

올해 연말 서울에서 열릴 교류전은 햇수로 20주년, 횟수로 18회째가 된다. 사람으로 치면 성년이 되는 것이다. 이번 교류전에서 양 대학 졸업생들은 20주년을 맞이할 교류전을 화려하기보다 내실 있고, 친선 검도 교류전이라는 명목에 더욱더 부합하는 행사가 되도록 재학생을 돕자는 데 뜻을 모았다. 아울러 교류전의 탄생과 발자취를 되새기는 시간으로 만들자고 했다.

 

나에게 첫 교류전은 대학생 신입생 시절 검도부에 처음 몸을 담았던 해인 2007년 동경에서 열린 교류전이었다. 동경대 검도부와 검력 차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추운 겨울 합숙 기간에 아침마다 캠퍼스 대운동장을 뛰며 체력을 키우고 도장 바닥이 차가워서 발을 동동거리며 수련을 했다. 바르고 빠르게 호구 착용하기, 단정하게 도복 입기, 신발 정리 등 도장에서의 예의도 몸에 배도록 연습했다. 교류전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 여권도 만들었다. 15년이 지나도 첫 교류전의 기억이 생생하다. 부침이 많았던 내 검도 수련 여정에서 그럼에도 칼을 놓지 않게 해준 고마운 기억의 한 조각이다.

 

교류전이 해를 거듭할수록 서울대와 동경대 검도부의 경계가 옅어지는 느낌이 강해진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검도를 통해 양 대학 검도부가 끈끈해지는 느낌이다. 동경대 검도부 졸업생 중 1970년대 학번 ‘3인방선배님이 있다. 나카타니, 이토, 키쿠치 선배님이다. 내가 기억하는 한 이 세 분 선배님은 매해 빠짐없이 교류전에 참가하셨는데 그 덕에 자주 뵐 수 있었고 선배님 각각의 검풍과 인품도 잘 알게 됐다. 이 세 분 선배님은 나에게 서울대 검도부 선배님과 같은 인상을 주시는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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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28일 칠덕당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경대 졸업생 이토 선배님과 나.

 

이번 교류전에서 연세가 일흔이신 이토 선배님께서 35살인 나에게절반의 나이라고 농담처럼 말씀했다. 동경대는 물론 서울대 검도부 선배님과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계고와 술자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벼운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