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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Kumdo 서양화가 이충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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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고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효과를 가져온다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와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此有故彼有), 이것이 생기면 저것이 생긴다(此生故彼生)는 잡아함경은 세상 모든 만물은 끊임없이 영향을 주면서 변화하고 관계를 맺는다고 말한다. 우리가 인지하든 인지하지 못하든 우리는 서로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고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1994년 가을 청년화가 이충희는 영등포의 어느 빈 사무실에서 한 달 반 동안 테이프가 재생이 어려울 만큼 보고 또 보면서 대도7본과 소도3본의 도해를 만들었다. 검도인이라면 한번쯤 보았고 그것대로 수없이 따라 했을 대도7본과 소도3본 도해를 말이다. 브라질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텍사스의 태풍을 몰고 올 수 있다고 한다. 청년 화가의 작은 몸짓이, 그가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많은 검도인의 가슴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그 본 도해를 만들었고 이제는 대학에서 은퇴를 하고 춘천에 내려와 전원 생활을 하시는 이충희 교수님을 만났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 추운 날씨에 사시는 곳에서 떨어진 춘천 시내까지 나오셔서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사는 집이 춘천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어제까지 눈이 너무 내려서 찾아 오기 힘들 거 같아 여기에서 보자고 했습니다. 여기 '키리엘'는 옛집을 리모델링해서 카페로 운영하는데 운치 있는 춘천 한옥카페로 요즘 말로 핫플레이스입니다. 그리고 제가 가끔 운동하는 효검관의 관원이 운영하는 곳이라 부담 없어 오시라 했습니다. 괜찮죠?

 



Q. . 왜 핫플인줄 알겠네요. 춘천에 내려오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주택을 새로 짓고 내려오신 건가요?

 

  시골 구석에 100년이 다 되어가는 오랜 한옥을 수리해서 살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퇴직을 하고 바로 내려 왔는데 이제 10년이 되어 가네요. 아주 만족합니다. 안채에서는 살림을 하고 별채를 수리해서 작업실로 쓰고 있어요. 전원생활이 나에게 맞아서 그런지 불편함을 모르겠고 어디에서나 전원생활이 좋다고 추천합니다. 일명 전원생활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본래 느긋한 성격도 있지만 번잡한 도시생활이 맞지 않더라구요. 아내도 만족하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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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러고 보니 도장에서 뵌 지가 저도 10년이 훌쩍 넘은 거 같습니다. 요즘도 검도수련을 하고 계신가요?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마음처럼 몸이 예전처럼 따라 주지 않는군요. 그래도 가끔 인근 도장에 나와 몸을 푸는 정도는 하고 있습니다. 물론 집 마당에서 아침마다 후리기와 기본기를 하면서 바른 검도를 위해 '틈틈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말이 있잖아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틈틈히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여기서는 때때로가 아니라 저는 '틈틈이'라고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때로는 '어쩌다'라는 뜻이지만 틈틈히는 '시간을 내서 꾸준히'이거든요. 하하... 

 


 

Q. 교수님은 언제 검도를 시작하였는지요? 무슨 계기같은 것이 있었습니까?

 

  본격적으로 검도 얘기하는 건가요? 하하... 실망시켜 드릴 것 같은데, 50여 년을 한 거 같은데 시작은 아주 단순하고 평범하답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가 우리 사회에 한참 홍콩 무협지나 무협영화가 유행하던 시기였는데, 그래서 어쩌면 어린 시절의 치기 혹은 객기로 무술을 배울까 생각하던 중 우연히 저의 형님으로부터 검도가 좋다는 말을 듣고 물어물어 도장을 방문한 것이 계기입니다. 다른 운동들보다는 제 눈에 멋있어 보였습니다. 기합소리도 우렁차고. 아주 단순하죠? 듣기로는 80년대 드라마 "모래시계"나 90년대 '바람의 검심'이라는 일본 만화를 보고 검도에 입문한 사람들이 있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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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50여 년이 넘는 세월의 검도 수련이면 많은 얘기가 있으실 건데 한 두 가지를 여쭙기가 어렵겠는데요. 가장 단순하게 검도가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여쭙는다면요?

 

 50여 년의 세월 동안 무수한 시행착오와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는데 그것을 말로 풀어내자면 아마 한두 시간으로 안 될 거 같네요.

 

 지난 얘기는 한도 끝도 없고 서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것 하나로 얘기하긴 어렵네요. 그래서 과거보단 현재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검도 얘기하면 답이 될까 합니다. 왜냐하면 현재는 과거가 쌓여 서 만들어 진 거니까요.  우선 현재 제가 건강한 건 검도수련의 덕분이고 나아가 인간들 중 하나인 나, 그 나에 대해 '집중'하여 한눈팔지 않고 일로 매진할 수 있었던 한결같음입니다. 

 

  불교경전에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이란 구절이 있지요? 즉 대적하고 있는 상대가 아니라 흔들리는 나에게 집중해서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상대에 의해 흔들린다면 한결같은 내가 아니지요. 결국 검도는 나에게 집중하여 스스로를 살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단순 명료하지만 '수련은 진행 중'이라고 말씀하시는 거 같습니다. 교수님하면 무엇보다도 검도 본에 대한 도해를 만드신 것으로 검도수련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저도 지금처럼 쉽게 자료를 얻을 수 없었을 시기에 교수님의 도해본을 복사하여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틈틈이 보고 연습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에는 자료 출처에 대해 지금처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기에 저도 일본 사람이 그렸거니 생각했습니다. 그 도해본은 아마 국내 검도인은 물론 세계 곳곳에 퍼져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 본 도해를 만드실 때를 조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마우나 이유는 검도를 시작한 이유와 같이 아주 단순했습니다. 1994년도 이종원 선배(범사 8)가 본에 대한 제대로 설명된 글이나 책이 없다고 하시면서 글은 자기가 쓸것이니 그림은 제가 한번 그려보는 것이 어떠냐 하며 물어 오셨습니다. 그래서 도움이 되면 좋겠구나 하고 영등포에 빈 사무실을 얻어 한 달 반 동안 틀어박혀 비디오테이프가 늘어져 볼 수 없을 때까지 보고 정지시키고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리고를 반복했지요.

 

 검도인들이 본을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면 그로써 만족하고 기쁜 일이지만 사실 저에게도 검도의 지경을 넓히는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지요. 저는 눈이 아리도록 보고 또 그리면서 동시에 저도 배웠습니다. 본의 오묘한 깊이는 경이로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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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 눈 앞에 30여 년 전 빈 사무실에서 화면을 보면서 그렸다 지웠다 하는 젊은 교수님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합니다. 검도는 정형화된 모션을 끊이없이 요구하고 틀을 벗어나는 것을 경계하고 교수님은 경계를 부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예술가의 길을 오랫동안 걸으셨는데 그 사이에 갈등은 없었는지요?

 

  흔히들 그렇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우리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뭐가 그리 사람들과 다른가 하고 얘기하지만 아무래도 다른 분야 사람들의 시각은 다른가 봅니다.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물론 예술가들 중에는 일탈이나 기행, 어쨌든 별난 분들이 많습니다. 또 그래야 하는 부분도 있고요. 의례적이라고 할까 뻔하다고나 할까 그런 걸 싫어하죠. 그런데 저는 예술을 하면서도 룰을 잘 지키는 타입니다. 그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검도를 오래할 수 있었고 그 검도의 틀이 제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서로 다른 것이니까요. 다르지만 같고 같지만 다르고, 그러하니 그건 그것대로 이건 이것대로... 하하.


 Q. 마지막으로 향후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나이가 이쯤 됐으니 아무래도 우선 건강이죠. 그리고 아까도 말했다시피 욕망이 있는 인간, 그 중에서 나에 대하여 '집중'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서 오역하거나 정확한 뜻 풀이가 필요한 것들을 정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예를 들면 아까 질문자가  동선시(動善時)에서 善時가 무슨 말이냐고 물어봤을 때  '적당한 때'라고 이해하면 좋겠다고 하니 듣는 질문자의 눈이 반짝거렸잖아요. 그런 것들이요. 눈이 녹고 꽃이 피는 봄이 오면 우리 집에 초대할 테니 한번 들르시면 그런 것들을 설명을 드리지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렇게 만나보아 나도 반가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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