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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 구석구석 4박 5일간의 일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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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가는 일본 여행이다. 201912월이 가장 최근 일본 방문이었다. 일본에서 약 5년 정도 살았던 경험이 있었던지라, 일본에 가게 되면 같은 동네에 살면서 같이 검도를 했던 일본인들을 꼭 만나곤 한다.

첫째 날, 검도를 같이 하는 후배(김형섭 박사. 일산병원 의사) 와 함께 휴가를 내고 일본행. 아 몇 년만?

오후 6시 하네다에 도착하자마자, 일본에서 교검지애를 나누었던 소바집 주인장인 이나오 상(검도 6. 52)의 소바집으로 직행했다. 엔도 상(80)과 다른 3명이 이미 한잔하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엔도 상은 60세에 검도를 시작해서 80세에 5단에 승단한 검도의 만학도이지만, 지금도 꾸준히 동네체육관에서 수련하고 아이들을 가르치신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변화가 없이 건강하신 모습이라 보기가 좋았다. 한참을 웃고, 떠들고 하다가 밤 11이 되어서야 호텔 체크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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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가장 바쁜 하루를 보낸 날인 듯하다. 같이 간 후배인 김 박사의 통역 부탁으로 일본의 어느 의료법인 사단 이사장(사사키 상)을 만났는데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처음으로 방문 진료 의료법인을 만들어 현재 약 21개 클리닉과 회원으로 7천여 명의 환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하는데, 통역해주면서 나 자신이 일본의 방문 진료의 선진성을 배울 수 있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 한국의 보건복지부, 요양 의료법인 등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자주 온다고 한다. 역시 방문 진료가 활성화되려면 방문 진료에 대한 의료비 현실화 등 의료보험 정비 등이 시급한 문제인 것 같다.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의료 체계는 확실히 일본이 몇 수 위 선진국이라 배우고 발전시켜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는 와세다대학을 방문하여 검도부 부부장인 사오야마상(7, 48)을 만나 내년부터 고려대-와세다대학 간 정기 교류회를 위한 첫 미팅을 했다. 2023년 여름방학 기간에 정기 교류회의 젓 삽을 뜨자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구체적인 일정 및 방문자 수는 추후 협의하면서 정하기로 하였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재학생 및 OB가 같이 참석하여 한일 양교의 친목을 도모하고 서로 배움의 장으로서의 행사가 내년이 원년이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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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는 같은 동네 주민이자, 같이 검도를 했던 일본인 선배 이무라 상(5, 58) 가족과 시마 상 가족(엄마와 아들, 아들이 일본의과대학 본과 4학년으로 5단이다. 검도 마니아 학생이다)을 만나 동네 이자카야에서 함께 저녁을 하고, 11시에야 호텔로 왔다. 검도라는 공통부분이 벌써 15년여의 만남을 이어가게 해주고 있고, 만나면 허심탄회하게 살아가는 얘기, 고민 등을 얘기할 수 있어 좋다. 비록 일본인이지만 느낌은 친한 친구 같다.


셋째 날, 크리스마스이브다. 둘째 날에 합류한 한국에서 온 다른 친구와 함께 3명이, 아침을 먹고 숙소인 신주쿠부터 메이지 진구, 시부야까지 걸었다. 4km 정도인 것 같다. “이 정도면 도쿄 시내 다 본 거다라고 얘기해 주니 진짜로 믿는다.ㅎㅎㅎ. 점심은 일본에 계신 대학 선배님이자, 재일본 대한체육회 부회장이신 손영태 선배님의 점심 초대로 3명이 도쿄의 한인타운인 신오쿠보에 있는 식당에서 닭 한 마리김밥을 먹고, 커피 한잔을 위해 우연히 들리게 된 도쿄 메지로에 있는 성당 건물의 내외부 디자인을 보고 입이 벌어졌다. 1963년도에 건축가 단게 겐죠가 디자인한 성당이라고 하는데, 올해 건축했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현대적 감각의 건물이다. 내부가 콘크리트 덩어리인 것 같은데, 아름답다.
콘트리트도 설계와 디자인에 따라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싶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름다운 성당을 보게 되니, 이 또한 의미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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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일본 주재 시에 저에게 검도를 가르쳐 주신 마츠자카 선생님이 가르치시는 코마바 체육관에 가서 같이 수련을 했다. 여러 일본의 검도친구들이 환영해 주셨고. 선생님으로부터 거의 개인 지도 수준의 가르침을 받았다. 80대 중반의 선생님은 연세가 있으시고, 얼마 전 심장 수술도 받으셔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도 일부러 저를 직접 상대해 주시니 감사한 마음과 걱정스러운 마음이 교차한다. 다음에 도쿄에 오면 꼭 자기 집에 하루 묵고 가라고 하신다. 평소 같으면 거절을 하겠지만, 민폐인 줄 알면서고 왠지 거절이 안 된다. 왠지 하룻밤 같이 묵어야 할 것 같다. 운동을 끝내고 약속이 잡혀 있는 사이타마로 향해 체크인 후 반가운 재일교포 검도친구들 4명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일부러 식당 예약을 하고 선물까지 준비해준 재일교포 친구들이 고맙다. 계산을 다 하기에 한국에 오면 갚겠다고 웃으면서 너스레 떨고 헤어졌다. 내일 검도 시합에서 만나기로 하고 일찍 헤어졌는데도 호텔에 오니 밤 11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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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날, 사이타마현에서 열리는 검도 대회에 한국팀 일원으로 참가했다. 코로나 이전 참가한 적이 있는데 코로나 이후 열리지 못하다가 3년 만에 재개되어 참석하게 되었는데, 지역의 조그만 대회이지만 참석하는 심판진들은 검도를 하는 사림이면 누구나 알만한 일본경시청 소속으로 왕년에 전일본검도선수권대회를 석권했던 7, 8단 선생들이고, 출전선수들은 일본 전국 우승 고등학생부터 80대까지 지역에서 꾸준히 검도를 하는 사람들로 다양하다. 역시 우승은 젊은 선수다. 이렇게 참가자나 심판진, 상석에 초대된 대회 관계자들이 화려한(?) 이유는 역시 이 대회와 사이타마 지역을 대표하는 엔도 8단 선생의 영향력이다. 한국의 검도인들을 초청하여 참석이 가능한 것 역시 국적을 불문하고 검도를 통한 교류 확대를 중히 여기는 엔도 선생과 일본에 거주하시면서 이러한 일본 검도인들과 지속 교류를 하고 계신 손경익 회장님을 비롯한 재일교포분들의 노력이 아닐까 싶다. 오전 11시부터 검도 대회가 끝나고 밤 연회까지 준비해주신 분들의 노고와 초대하고 환영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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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마지막 날, 재일 한국인이신 손경익 회장님으로부터 점심 식사에 초대받아, 재일본 대한검도회 분들과 그리고 일본 한국대사관 참사관 등과 같이 식사하기 위해 몇 번 가본 적이 있는 뉴오타니호텔로 향했다. 일본정원이 유명한 호텔인데,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정원은 여전히 아름답다. 16층 식당에서 바라본 도쿄 신주쿠 일대 경치가 맑은 날씨로 손 앞에 잡히는 듯하다. 가난을 밑천 삼아 일본으로 도항하여 어려운 시절을 보냈던 분들이 인제는 한국에서 손님들이 올 때마다 베푸시면서 고령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활동하시는 모습은 다른 것들을 다 떠나 그 자체가 배움이다. 호텔에 있는 일본정원을 거닐고 있자면 정원도, 떨어지는 폭포수도 잔잔한 느낌을 준다. 일본 어디를 가나 하늘을 치솟는 분수는 드물고 차고 차서 그냥 자연스레 흘러넘치는 분수가 대부분이다. 검도를 시작하기 전에 누군가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할 때면 어김없이 잠시 남는 시간은 개인별로 잔잔한 묵상의 시간이다. 한국의 검도와 일본의 검도의 큰 차이 중 하나는 수련 시의 상대방과의 거리(간합)을 일본은 철저히 지키면서 세메를 해 들어가는 모습이고 한국은 아무래도 그보다 더 가까운 것 같다. 이번 일본 방문을 통해 이러한 모습들을 보다 보니 일본 사회도 여러 문제가 있고, 여러 모습이 있겠지만 이러한 잔잔함과 대인 간 일정한 거리, 억지로 보다는 자연스러운 넘침을 중히 여기는 것이 일본 사회의 주요한 모습을 차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5일간의 일본 여행에서 신세를 지고 배려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 내일부터는 또 일상으로 돌아가 치열하게 살아야 할 듯하다. 회사가, 일이, 날 기다리고 있다.